그 넓은 공원을 혼자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둘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서서히 잦아들긴 했지만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우산을 들고 터덜터덜 걷는 것도 지겨울 무렵 나타난 휴식처.
여기도 고양이 세마리가 있었다.
한 녀석은 끝내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비를 맞고 있었다.
두 녀석은 절대 가까이 오지 않았지만, 멀리 도망가지도 않았다.
돈 들여서 일본 가서는 기껏 공원이나 다니는 것...
우리나라에도 공원이 많은데... 뭐하러 굳이...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외국이라고 쇼핑을 해야 할 이유도
외국이라고 유명한 건물을 봐야할 이유도 없다.
난 그저 조용히 낯선 동네를 걷고 싶었고, 그 목적에 잘 맞았을 뿐.
아무도 나를 알아보는 사람 없고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고
아무도 내게 연락할 수 없고
아무도... 아무도...
내가 하루하루 시간만보내며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는 걸,
그 누구도 알지 못하는 동네... 그런 의미에서 무척 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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