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녀온 지 이제 거의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도 올리지 못한 사진들이 줄을...
서고 있지는 않다.
이번이면 한 녀석 더 남은 듯.
공원 한 켠 광장을 차지한 고양이 그룹.
일곱에서 여덟마리 정도였는데 유일하게 이녀석이 다가와 반갑게 맞아주었다.
상처... 거의 모든 녀석들이 어딘가 아픈 상태였다.
당연하다. 이 녀석들에게는 사는 게 늘 싸움이니.
이녀석은 눈이 아팠다...










모두 적당한 간격을 두고 앉아 있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귀를 세우며 나를 경계하고 있었겠지.
사진을찍는데 한 켠에서 담배를 피던 할아버지, 녀석들에게 빵을 뜯어 던져준다.
먹을 것이라 그럴까?
녀석들은 할아버지 근처로 잠시 모인다.
가까이서 사진을 찍을 생각에 나도 그 근처로 가자 할아버지는 씩 웃으며
단번에 외국인인지 안다는 양 영어로 이 녀석들에 대해 설명해준다.
"여기 있는 녀석들이 한 무리이고, 저 쪽 광장에 또 한 무리가 살고 있지."
"저 녀석이 대장이야."
고개를 끄덕이며 사진을 찍을까 말까 망설이던 내게 할아버지가 다시 이야기를 한다.
"비닐을 이용해 봐. 이 빵봉지 같은 비닐을 비비면 녀석들이올 게야."
비닐... 주머니에 비닐이 있다.
비에 젖은 우산을 편하게 들고 다닐 생각에 호텔서 집어온 우산 비닐...
그걸 비비니 한 녀석이 관심을 보인다.
역시 고양이의 호기심이란...
몇 장의 사진을 더 찍었고, 무언가 이야기를 더 했고, 그리고 이 다음 행선지에 대한 길을 물었다.
그리고는... 처음으로 일본어로 인사를 했다.
사실, 마음 속으로는 "이야기 잘 들었습니다."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하는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어서 "고맙습니다"라고 했다.
행선지 가르쳐줘서 고맙다고 한 것으로 알아들었으면,제대로 한 셈이겠지.
다음 행선지.
그곳도 공휴일 법칙을 따르는지 아니면 개방을 하지 않는지 문이 닫혔다.
신주쿠에 있는 도쿄도청사로 갔다.
도청 전망대를 가기 위해? 아니, 처음부터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가야 했다.
도청사 일층에 있는 관광청인가 하는 곳에서 발행하는 한국어 일본여행 안내 책자를 받아야 했다.
지난 밤 창문을 잠깐 열어놓았을 때 쏟아진 비 때문에 빌려온 그 책이 젖었다...
하... 그런데, 외국인이 그곳을 가면 항상 전망대를 보는 모양이다.
안내원에게 책자 받는 곳을 물었더니, 당황하면서... 날 엘리베이터 타는 줄로 안내했다.
가방 검사를 하길래, 왜 가방을 볼까 싶었는데... 전망대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였다 -_-;;
이봐, 난 전망대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니까...
뭐, 올 생각도 없었고 시큰둥했지만 올라왔으니 보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한국말과 중국말.
비가 내리는 중이라 멀리까지 보이지는 않았다.
엘리베이터를 내려오니, 바로 옆에 그곳이 있었다.
책자와 지도를 한다발 챙겼다.
그리고 바로 옆의 신주쿠 공원.
혼자 몇 마디 말도 하지 않고 돌아다니려니 약간 지친다.
비도 오고, 우산은 우산살이 드러나 비를 제대로 막지 못했다.
터덜터덜... 걷다 지하철을 타기 위해 가는 길에 만난 녀석.
녀석도 빠른 걸음은 아니다.
카메라를 꺼내자 슬금슬금 피한다.
결국...
관심없다는 듯 고개를 돌린 채 웅크린 사진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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