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른한 고양이?

Notice 2009. 2. 22. 23:54

네롱이 (2001. 3. ?? - 2015. 12. 25)

2001년 5월말에 데리고온 녀석입니다. 태어난 지 두달은 지났을 때니 생일은 3월 어느날일 겁니다. 한번도 제대로 챙겨주진 못했습니다. 같이 태어난 두 녀석 중에 예쁜 녀석으로 선택했습니다. 네...... 암컷인줄 알았죠....... 한참 지나서 아니란 걸 알았습니다.


네롱이라는 이름은, 어렸을 때 워낙 성질을 부려서 "네로 같은 고양이"라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어렸을 때 화장실 때신 책 꾸러미에 볼일을 보는 것을 한참 후에 발견하고 무척 혼내줬습니다. 그게 지금도 마음에 걸립니다. 제가 잘 챙겨주지 못하면서 본능대로 행동한 고양이를 혼내주다니...... 네롱이를 볼 때마다 그 무렵 생각을 하게 되고, 또 한번 미안해하곤 했습니다.


데리고 온 지 1년이 되었는데도 혼자 지내는 것을 몹시 싫어한 모양인지 우울증에 걸려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고양이의 습성을 잘 알지 못했던 시기라 착각일 수 있습니다. 그후 촐랑이를 데려와 두 녀석은 13년을 붙어 살았습니다.) 중성화 수술을 해주려고 병원에 데리고 간 것 외에 크게 병원 신세진 일 없이 잘 지냈습니다. 잘 자고 잘 먹던 네롱이는 1년 전 쯤일까요, 살이 빠지기 시작하더니 얼마 전까지는 뼈만 남은 녀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잘 먹고 잘 싸고 잘 잤습니다.


그런데...... 201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 보고 온다며 인사하고 나섰다 한밤에 들어왔는데 네롱이가 이불 위에 쓰러져 있었습니다. 결국 크리스마스 오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자기 전에 "네롱아....."라고 부르면 슬그머니 다가와 내 배 위에 올라와 자거나 내 왼쪽 팔을 베고 누워 잠드는 네롱이는 이제 없습니다.


거의 15년을 같이 살았네요. 네롱이 덕분에 15년을 버틸 수 있었습니다.




촐랑(2002. 05 ?? - 2017. 8. 10)

2002년 어느날 며칠을 집에 못들어가다 들어갔는데, 이 녀석이 촐랑대고 있었습니다. (그 과정을 말한 적이 없으니 지금도 슬며시 넘어가겠습니다.) 네롱이의 우울증이 심해진 것 같아서 보기 불편했는데 시장에서 이 녀석을 보고는 데리고왔다고 합니다. 어미 고양이가 임신중에 못 먹었을 때 새끼의 꼬리가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고 하는데, 촐랑이가 그렇습니다. 꼬리가 세겹으로 접힌 채 태어났습니다.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어찌나 이리저리 촐랑대며 돌아다니던지 보자마자 바로 촐랑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성화수술을 하러 갔을 때 고양이 이름을 묻길래 "촐랑이"라고 대답한 후 왜 이렇게 예쁘지 않은 이름을 지어줬을까 미안해지더군요...... 그래도 이름대로 잘 지내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바늘을 삼켜서 수술을 받은 후 촐랑대는 게 많이 줄었습니다. 요즘도 그렇지만 한때 먹기만 하면 토하는 통에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한 고양이 전문 선생님에게 진료를 받았지만 문제 없음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토합니다. 뭐가 문제일까요. 요즘 들어 부쩍 살이 빠졌는데 걱정이 되긴 합니다.


촐랑이는 안타까운 습성이 하나 있습니다. 어렸을 때 엄마 젖을 못 먹은 모양인지, 배고플 때마다 네롱이의 발을 젖처럼 생각하고 빱니다. 그래도 네롱이는 무던히 그걸 참아줍니다. 촐랑이는 시장에서 사온 녀석이라 생일을 모릅니다. 그래서 네롱이와 마찬가지로 5월 말일을 생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촐랑이도 수컷입니다.


촐랑이가 열다섯을 넘겼을 때 큰 문제는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다 이틀 내내 끙끙 대고 울길래 병원에 데려가 검사했는데... 곧... 이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일주일을 앓다 무지개다리를 건넜네요. 촐랑이는 피붙이를 제외하면 저와 가장 오래 함께 살았던 녀석입니다. 지금은 아프지 않고 잘 지내고 있을 거라 믿습니다.                      






나른한 고양이

이 블로그에는 네 개의 블로그를 옮겨다니며 적었던 글들이 있습니다.

처음은 인티즌에서 운영했던 마이미디어, 두번째는 지금의 제목으로 운영했던 엠파스, 그리고 세번째는 티스토리, 그리고 더 이상은 이사하지 않고 싶은 텍스트큐브였는데, 다시 짐꾸려 티스토리로 넘어왔습니다.
엠파스에서만 5년을 머물렀으니 대부분 그 시절 글들입니다.

그러다보니 사진에 넣은 워터마크 표기가 다릅니다. 블로그 주소야 예전 닉네임을 그대로 가지고 왔지만 지금은 parⓐnsol이라고 쓰고 있습니다. 모두 제가 찍은 사진이니 워터마크가 다른 것은 너그럽게 넘어가주셔도 됩니다.

그동안 엠파스 블로그를 이용했던 이유는 퍼가기 금지 가능, 검색에서 제외 가능, 이 두 가지 때문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이렇게 숨어 있으려면 이글루스가 더 나을 것 같습니마. 그런데 이글루스는 이상하게 정이.... 안갑니다.)

검색 당하고, 널리 알리고 싶은 생각은 지금도 없습니다. 다만 다음의 블로거뉴스를 비롯해 메타블로그로 다음 view로 발행하기는 합니다. 벽 보고 혼잣말하기 같은 건 재미없으니까요. 사실 이 블로그에서는 예전 닉네임과 애칭 같은 호칭을 금지시켜놓았다가 얼마전에 금칙어에서 모두 제외시켰습니다. 예전처럼 불러주셔도 되고 지금의 닉네임처럼 불러주셔도 좋습니다.

엠파스에서 불편했던 것도 있었고, 마음이 내키지 않은 것도 있어서 한동안 네롱이와 촐랑이 사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최근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드디어 2007년의 사진까지는 모두 사용했습니다. 예전 일을 떠올려야 할 때는 사진 폴더를 뒤적이며 예전 사진을 꺼내놓겠지만, 그럴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네요.

2000년이든, 2007년이든, 아니면 어제 찍은 2009년 사진이든,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은 집에서 다람쥐처럼 쳇바퀴를 돌리는 것은 아니지만 똑같은 환경과 똑같은 생활을 하며 지내고 있으니까요. 언제 찍은 사진인가는 워터마크에 표기한 연도로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공은 네롱이와 촐랑이입니다.
여기에는 사람은 없고 오직 고양이만 있습니다. 그게 전부입니다.

사람이 없는 대신 고양이들을 이용해 가끔 제 마음을 돌려 말하는 통로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어떤 것이 제 마음인지는 아는 분만 알겠지만요.

얼마 전에도 썼지만 네롱이와 촐랑이는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은 아이들입니다. 죽기 전까지, 저와 함께 생활하는 날까지 이 녀석들의 사진을 찍고, 이 녀석들의 이야기를 하고, 이 녀석들의 행동에 제 마음 한 구석을 슬쩍 끼워넣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