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세수.
볼 때마다 재미있다. 일단 눈 주변을 발로 문지르고 나서 발에 묻은 것들을 닦아낸다. 닦아낼 때 묻은 침을 다시 눈 주위에 묻히고 다시 묻은 것들을 핥아 닦아내고 약간 젖은 그 발로 다시 얼굴을 닦고 다시 묻은 것 핥아내고...... 마지막은 발에 묻은 침을 깨끗이 닦아 말리는 것으로 끝난다.

지금은 오후 2시 30분.
얼떨결에 밖으로 나온 촐랑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때 늦은 고양이세수를 한다.

(사실 이녀석들은 무척 오랜 시간을 잔다. 자다 깨서 밥먹고 세수하고 다시 멍하게 있다 또 잔다. 잠깐 틈이 생길 때마다 얼굴을 닦는다. 그러니까 시간이 새벽 두시건, 오후 두시건, 저녁 여덟시건 가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닦다 멈추는 것도 고양이세수의 한 과정이다.

부끄러운 것도 아니고, 뭔가 불길한 기운이 감도는 것도 아닌데,
고양이는 세수를 하다 이렇게 멈춘다.
나름대로 상황을 즐기는 모양이다.







세수가 다 끝난 고양이는 시선을 고정시키되 집중하지 않는다.
때때로 멋져 보이기도 하지만, 대개 멍한 표정을 한다.

어쨌든 지금은 햇살이 따가운 오후.
고양이 세수를 막 끝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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