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봉우리들.
추웠다. 그래도 곧 꽃이 될 게다.

묘하게도, 날이 따뜻해졌다고 글을 쓰려고 하면 곧 추워지고, 날이 좋다고 하면 곧 눈이 오거나 비가 내리거나 심하게 바람이 분다. 춥다고 쓰면, 겨울같지 않은 날이 이어지고....... 날씨에 대한 감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나보다.

햇살 따뜻한 오후.
이 사진을 찍고나자, 곧, 추워졌다. 지금까지 계속.
그래도 곧 꽃을 피울 게다.




꽃 사진을 찍겠다고 문을 연 게 아니었다.
고양이를 위해 문을 열었다.
네롱이,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오면서 자김 몸을 비빈다. 너의 냄새는 어땠던가.
그리곤 따뜻한 햇살에 슬쩍 눈을 감는다.
(내가 자기보다 아래쪽에 있었기 때문에 더 내려오지 않아서이기도 하다.)






 


뒤척이며 잠자는 고양이처럼
녀석, 그 좁은 계단에서도 몸을 뒤집는다.
암, 반대쪽 몸도 비벼야지. 그래야 너의 냄새가 계단에 가득 하지.

슬쩍 고개 들어 해도 바라보고.


열심히 형아가 계단에 냄새를 묻히는 동안
촐랑이는 반대로 계단 위로 뛰어올랐다.
거기서 멈춰. 옥상으로 올라가면 발에 페인트 묻는다......

들었나? 촐랑이는 절반까지만 오른 뒤 멈춘다.
그건 아니다.
녀석은 지금 졸리다.
문이 열렸고, 형아가 나갔고, 그래서 옆 자리가 허전했고, 부시시 일어나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떠나버린 토끼처럼 녀석도 자다 깨 형아 찾으러 나왔다가 그냥 주저앉은 것 뿐이다.





올해도 목련 꽃이 곧 필 게다.

그래도 겨울이 가진 않았다.
봄이 오면 불러도 불러도 네롱이와 촐랑이는 이불 속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가끔 밖으로 나가 잠들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불 속.
겨울이 가지 않았다는 확실한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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