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척 추운 봄이었다.
바깥고양이들은 어떻게 지냈을까.

녀석...... 추운 모양이구나
가볍게 울었던 그 바깥고양이.

집 주변 고양이들은 늘 모습이 변했다.
변신?
아니, 어떤 고양이는 영역을 잃었고 어떤 고양이는 영역을 얻었다. 바깥은 팽팽했다.
가끔, 아주 가끔 이 녀석을 만나지만 자주 볼 수 없다. 아마도 밀려났겠지.

그나마 봄에는 녀석을 자주 볼 수 있었다.
겨울에서 봄 사이에 적당한 보호색을 띤 털 때문이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 추운 봄, 녀석은 집 마당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뭘하는 걸까.




어느집에선가 버린 음식물 쓰레기봉투를 뜯은 모양이다.
담은 지 오래된 오이지.
소금으로 간을 맞춘, 너무 짜서 먹지 못할 정도라 버렸을 그 오이지를 천천히 먹고 있다.

고양이에게 소금은 생명 단축의 지름길이다.
바깥고양이들이 건강을 잃는 이유 가운데 대다수는 소금으로 절인 음식물이 원인이다.  





나 말고 다른 사람은 없었다.
사람도 사람이지만 고양이의 적은 고양이일 테고.
녀석은 급한 듯 여유로운 듯 먹다 흠칫 멈춘다.
분명...... 감출래야 감출 수 없는 카메라 셔터소리를 들었던 게다.

그렇지만 멈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배가 고픈데 여유를 부리면 다른 고양이가 달려들지도 모를 일이니까.
위에서 자기를 내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못했을 테니까.





어쨌든 바깥고양이의 봄은 지나갔고, 녀석은 집 근처에서 사라졌다.
다시 널 보았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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