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울음소리가 조용하게 울린다.
한밤의 처절한 소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불만이 있는 게 분명한데, 불만의 이유를 잘 모를 때 나오는 소리.
가늘고 길다.
슬프기도 하고.

밖을 내다 보니 옆집.
녀석의 모습을 찍어봤는데 각이 나오질 않아 카메라를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여름이면 무성해 고양이가 울거나, 거대한 개가 울거나, 심지어 북극곰이 울어도 보이지 않을 테지만
아직 봄이 오려면 먼 모양인지 앙상한 가지들 사이로 보인다.
녀석...... 거기서 울고 있구나.






자동모드로 찍으면 자꾸 나뭇가지에 초점을 맞춰 수동모드로 돌렸더니 희미했던 녀석이 보인다.

혼자.
싸울 다른 고양이도 없다.
녀석은 지금 몹시 불편한 모양인데, 뭔지 모르겠다.
그저 햇볕을 쬐면서 조용하게 울고 있다.
......추운 모양이구나.





할아버지 혼자 살던 집.
병원에서 돌아가신 뒤, 집은 돌보는 이 없어 여름이면 잡초가 무성하다.
재개발되면 자손은 덕을 보겠지.

낮은 야산이 깎여나가면서 아파트가 들어서자 이 동네 고양이들은 늘 모습을 바꾼다.
같은 녀석 보기가 힘들다.
어딘가 밀려나고 또 밀려간 거겠지.

지금은 이렇게 볕을 쬐고 있어서 다행이지만
다행이라고 생각할 여력도 없는 모양이다.
녀석은 낮게 울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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