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

from 바깥 고양이들 2009. 11. 4. 13:12


아침부터 시끄럽다.
동네 사람들 다 깨우고도 남을 만큼 큰소리를 내며 싸운다.
녀석들...... 왜 이렇게 싸우는 걸까. 뭐가 필요하길래.

내가 고양이와 함께 지낸다는 것을 안 주변 사람들(정확히 말하면 맞닿은 두 개의 빌라 11가구에서 10가구다. 멍멍이와 함께 지내는 한 집만큼은 고양이 우는 소리를 참는 법이 없다)은 한밤중에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울어대는 고양이들이나 쓰레기통을 뒤지는 고양이들이나 시도때도 없이 집앞과 담벼락을 지나다니는 고양이들에게 관대해졌다. 더 다행인 건 아이들도 길고양이들을 귀찮게 하지만 괴롭히지는 않는다는 점. 아이들은 천진난만하게 개미를 밟아죽이듯 고양이를 괴롭힐 가능성이 크다.

녀석들 싸우는 소리가 심상치 않아 걱정하며 밖으로 나갔다.
이미 옆집 아주머니 두 분이 고양이들 싸우는 소리 때문에 나와 있다.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본 집 근처 고양이와 아는 척은 절대 하지 않는 누렁고양이.

아주머니가 발정기 때문이 아니냐고 물었는데, 대답하지는 못했다. 정말 발정기라 그런 건가. 무척 과격하게 싸우던데, 정말 그런 건가. 두 녀석은 틈만 생기면 사정없이 팔을 뻗어 상대를 때렸다. 영역 다툼이라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이 지켜보는 걸 느꼈는지 조금 전처럼 거칠게 싸우지 않는다. 하지만 여전히 대치.

그러면서 사람들 눈에서 조금씩 벗어난다. 소리는 잦아들었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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