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습니다.
가만히 앉아 있어도 땀이 주루룩 흐르는 그 집, 여전히 그 집입니다. 재건축 이야기는 11년째로 접어들었고, 형식상 이사 가능하다고 이야기하는 날은 가장 가까운 시점이 내년 3월입니다.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면 최소 1년은 더 간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내년에는 이사가겠지, 하며 저도 4년을 버틴 것 같습니다.) 별 탈 없이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 집과 사무실을 병행한 지 벌써 6년? 7년? 당연히 집은 더 어지러워졌습니다. 누군가 찾아와도 앉을 자리조차 없습니다. 찾아온다면 막아야 합니다. 그래도 근처에서 잘 수 있게 조치할 수는 있으니, 부담없이 연락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몇 달 전에 1테라 하드디스크가 고장난 이후 막막한 날들이 이어졌다고, 모든 걸 하드디스크 탓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고양이 소식이 끊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하드디스크 고장 탓입니다. 작업 데이터 백업도 하지 못했고, 사진도 2년의 절반이 엉성하게 백업된 상태입니다. 정리해놓지도 못하고 날려버린 탓에 고양이 사진 올리며 낄낄거리기도 힘들었습니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놓친 고기는 피라미인데도 고래라고 생각하는 거. 이게 비유가 제대로 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고양이 두 녀석은 아직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옷장 위로 올라가는 길목까지 짐으로 막혀버린 데다가 몸이 무거워져 바닥에서 뒹굴고 있습니다. 시원한 곳을 찾아내는 데는 귀신같은 녀석들이지만, 올해에는 시원한 곳이 없습니다. 모든 걸 포기하고 그냥 바닥에 널부러집니다. 그리고 정말 이상한 일인데, 더워 죽겠다 소리가 저절로 나오는 이런 날에도 무릎 위로 올라와 자곤 합니다. (이건 한겨울용 제스처입니다. 한여름에는 살 닿는 것도 싫어하는 놈들인데...... 정말 이상합니다. 아, 복수로 처리할 게 아니네요. 촐랑이만 그럽습니다.)

어느날, 더위를 더위로 극복하던 촐랑이는, 제 컴퓨터 메시지 프로그램을 열더니, 이렇게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무슨 뜻이냐고요?

잘 지내고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쓸데없이 말이 길어질 조짐을 보이길래 제가 타이핑 하는 손을 키보드에서 떼어놓았습니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메시지는 시작하지도 못했을 수 있습니다만, 어쨌든, 잘 지내고 있...... 으로 시작한 건 분명합니다. 불특정다수에게 보내는 문자라 받는 분 전화번호는 없습니다.



참. 드디어 2011년 11월에 바꾼 핸드폰 안 사진을 꺼낼 수 있는 전용 프로그램을 깔았습니다. 거기 저장된 사진을 꺼냈는데 최소 200장은 넘는 것 같습니다. 같은 포즈로 찍은 여러 장을 하나로 쳐도 50장은 넘습니다. 당분간 그것들이나 좀 올려볼까요? "기대할만한 분이 있을까?"라고 비희망적인 단어를 늘어놓는 것도 지겨우니까, 그런 말은 다음 기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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