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 생활하다 보면 내 마음은 그게 아닌데 어쩔 수 없이 미안하다고 말해야 할 때가 있다.

이를테면 추석이나 설 연휴에 집에 다녀와야 하는 3일 동안 챙겨줄 수 없을 때, 엄청 더운 날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내버려두었을 때, 뭔가에 홀린 듯 화장실 청소를 제대로 해주지 못해 화장실 밖에 일을 본 걸 보았을 때, 그리고 이번처럼 사료가 똑 떨어졌는데 휴일이나 주문을 해도 다음주 화요일에나 받을 수 있을 때...... 동물병원도 닫은 토요일 오후라 갈  수도 없다.


물론, 대체할 거리는 있다.

주문 사은품으로 온 캔도 많고, 간식거리를 밥처럼 줄 수도 있다. 문제는 촐랑이 녀석이다. 사료 외의 것을 먹으면 여전히 토한다. 깨끗하게 그릇을 비워놓고 곧 토한다. 밥으로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이리저리 방법을 찾다 2마트에 사료가 있다는 정보를 확인하고 검색. 그런데...... 그리 따뜻한 평도 아니고 적당한 정도라는 평도 찾기 힘들다. 그래도 배 쫄쫄 굶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해 태국산보다는 국내산으로 한 봉 들고 왔다.


미안하다.

내가 게을러서 이런 사료를 먹이는구나. 사료를 두 봉이나 장바구니에 담아놓고 결제를 하지 않아놓고 두 봉이나 있으니 사료 걱정은 없다고 생각했다니.

그래도 밥이 왔다고 문 앞에 턱 던져보았더니 역시나 검색. 이제 거의 두 살이나 된 바비는 여전히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 (바비는 언제 업데이트되나요?라는 질문이 없어서.......)







그런데 새로 가져온 값 싼 이 사료를 더 잘 먹는다. 그동안 주던 건강식 오가닉 사료를 함께 줬는데 이 사료만 먹고는 자러 간다. 미안해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덜 미안하다~ 하고 말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