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무렵이면... 바비가 네롱이와 촐랑이와 같이 한 집에서 지낼 즈음인가.  2014년 겨울. (2014년 12월 1일)


겨울 고양이들은 해가 움직이는 길을 따라 눕는다. 유리를 통과한 빛이라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해도 적어도 0.5도 정도는 더 따뜻했을 테니까. 두 개의 전기장판에 각각 몸을 웅크리고 적당히 하루를 보냈다. 할아버지 고양이들이 괴롭하거나 위협하지 않더라도 바비는 아직도 두 고양이가 낯설다. 오래 되어 보풀이 올라올 정도가 되어버린 거친 전기장판보다는 미지근하겠지만 이불의 촉감이 더 좋아서 말찍이 떨어져있는 건가. 그럴 수 있겠다. 


그래도 한 화면 속에 이 세 고양이들을 모두 담는 건 흔하지 않은 일이다. 2년 조금 넘은 시간동안 세 녀석이 같이 지냈는데 세 녀석을 모두 담은 사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무렵 사진을 찍는 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기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여러 모로 같이 있는 사진을 찍지 못할 시기였다.



게다가...

클라우드에 저장해놓은 사진들을 날려버렸고, 얼마 후 하드디스크 두 개가 동시에 고장났다. 다른 클라우드에 저장된 사진 조각들. 아직 컴퓨터로 옮기지 않은 채 스마트폰에 남아 있던 사진들. 곧 포맷될 운명이지만 방치된 채 뒹굴던 CF 메모리 속 사진들. 망가지기 직전 새로운 하드 디스크에 다행히 옮겨올 수 있던 여러 사진들. 이렇게 긁어모은 사진들이라도 있어서 다행이었다.



그렇게 건진 사진 속에서도 드문 사진.


셋이다.

오래 전.

겨울.


2014년 12월 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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