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꺼내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읽은 책이 아니라 읽으려다 그만둔 책입니다. 제목은 [나이든 고양이와 살아가기]이고, 2013년 7월에 출간되었습니다. 그때 열세 살이었던 네롱이, 그리고 열두 살이었던 촐랑이가 나이든 고양이였기 때문에 이후 삶을 준비한다고 샀던 책이었죠. (바비는 아직 태어나기 전이었습니다. 첫 장을 뒤적거릴 무렵에는 아직도 누구인지 모르는 한 엄마고양이 뱃속에 있었을 겁니다.)





그렇지만, 처음 몇 페이지를 읽고는 치워버렸습니다. 시시콜콜하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슬프게도 처음부터 안락사 이야기를 꺼내놓습니다. 안락사라니요... 네롱이가 먼저일지 촐랑이가 먼저일지 모르지만 그때가 되도 당황하지 않으려고 종이책과 전자책까지 스마트폰에 넣어두었는데 말이죠. 조금 전에 읽다 치워버린 페이지를 확인해봤는데 전체 책에서 고작 5.6%를 지난 시점에 안락사가 등장하네요.


조금 더 읽으면 이 책이 결코 안락사가 최선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 책을 미뤄둔 이유는 고양이와 헤어지는 상황에서 안락사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안락사'라는 단어로 우울해졌기 때문입니다.




2년 뒤, 2015년 12월에 나이든 고양이 네롱이가 고통스럽게 하루를 보내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슬펐지요.




그 사이에 바비가 집에 들어와 벌써 네 살이 되었고, 촐랑이는 더 나이를 먹어 오늘 날짜로 치면 열다섯 살을 지나 열여섯을 향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책장을 뒤적거려 책을 꺼냈습니다. 다시.

처음처럼 이번에도 읽지 못할 겁니다.



그럴 여유가 없습니다.



열다섯,

나이든 고양이, 촐랑이가 힘들어 합니다.


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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