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알람



몇 년 동안 이 사진을 스마트폰 배경화면으로 쓴 터라 아무 감정 없었습니다. 네롱이, 촐랑이, 바비가 한 화면에 들어간 사진일 뿐이죠. 맞아요. 제가 항상 이야기했듯, 셋이 한 화면에 들어온 게 무척 드문 일이었으니까 특별하긴 했어요. 별 감정 없었다는 건 거짓입니다. 한 녀석만 있는 사진을 쓰지 못하겠더라고요. 몇 년을 배경화면으로 이 사진을 썼습니다.

그런데 알람 때문에 가라앉습니다. 무슨 알람이냐고요? 일년이 되었다네요. 벌써. 촐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지 일년요. 사진을 보니 이제야 슬퍼지네요. 촐랑이에게 네롱이 다리는 엄마 젖입니다. 기분이 좋아질 때가지, 평온을 얻을 때까지, 촐랑이는 꾹꾹이를 하며 네롱이 다리를 빱니다. 그 덕분에 셋이 한 자리에 모인 사진을 찍을 수 있었지요.




 2   2017년 8월 10일 12시 30분



그날도, 오늘처럼, 맑았습니다. 촐랑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다음날 찾아간 화장터. 입구에서 바라본 하늘은 맑았지만 전깃줄처럼 복잡합니다. 슬퍼하지 않으려 애썼습니다. 아... 많이 슬퍼했군요. 눈물 흘리지 않으려고 애썼던 거였습니다. 울면 수습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잘 참았습니다.


2002년 5월생, 열다섯살을 넘겼네요. 열다섯살 문턱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넌 네롱이와 거의 비슷합니다. 네롱이, 촐랑이와 함께 살 무렵에는 집고양이는 평균 12년을 산다고 했는데 조금씩 늘어나더니 이제는 15년 정도를 평균 수명으로 봅니다. 15년의 삶이 행복으로 가득차지는 않았겠지만 그래도 평균 수명을 살다 갔으니 다행입니다.








두 달 전, 2017년 6월.

낮이라 모기가 들어오지 않아 문을 열어주면 시원한 돌에서 뒹굴거리던 시절입니다. 점점 기온이 올라가던 때라 고양이들은 여기 머물러 있는 걸 좋아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집에서 산 13년 내내 이 문 앞은 고양이들의 휴식처였네요. 지금은 바비 자리입니다.




무지개다리를 건너기 한 달 전, 2017년 7월 어느날입니다.

코가 점점 말라가면서 지저분하게 변해갔지만, 그래도 고양이답게 똑바로 바라볼 줄 알던 녀석. 이 무렵 촐랑이는 점프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습니다. 느릿느릿, 가끔은 후다닥 뛰었지만, 평지를 걸어다닐 뿐. 이제 바비가 촐랑이가 머물던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촐랑이 눈 상태가 심각해졌습니다. 병원 검사 결과 상황이 너무 나빠져 해줄 게 없다며 2주 정도가 최대라 했습니다. (눈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주일 내내 촐랑이는 여기에 누워 숨을 몰아쉬다 저기로 가 누운 채 숨을 몰아쉽니다. 일주일 동안 바늘 잠을 자며 촐랑이 곁을 지켰습니다만... 결국 아프지 않은 나라로 떠나더군요.










무지개다리를 건넌 촐랑이 유골을 문 앞에 잠깐 두었습니다.

무려 12년 동안 이 집에서 지냈던 녀석. 그 긴 시간 동안 좋아했던 자리이길 바랍니다. 그래요. 좋아했던 자리였을 거예요.





 3   벌써 1년, 2018년 8월


일년 동안 단 한 개의 글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일년 동안 단 한 장의 사진도 올리지 않았습니다. 네롱이, 촐랑이, 두 녀석과 헤어지고 나니 많이 슬펐습니다. 컴퓨터에 저장된 녀석들 사진도, 스마트폰에 남아 있는 녀석들 사진도, 구글포토에 백업된 녀석들 사진도, 볼 때마다 새록새록 기억이 떠오르지만, 슬픕니다.

남는 건 사진 뿐이라고 하는데, 남아 있는 사진을 보면 웃다 웁니다. 때때로 울다 웃습니다. (그렇다고 눈물 뚝뚝 떨어질 정도로 울진 않습니다. 큰소리를 내며 웃지도 않고요.) 


아, 아직 바비가 있지요.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습니다. 촐랑이가 떠난 자리에 바비가 있습니다. 일년 전 오늘은 그렇게 덥지 않았는데 지금은 아주 덥습니다.

벌써 1년입니다.













가랑비 내리던 그때
촐랑이, 무지개다리 건넌 시간.

2017년 8월 10일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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